魯山山行노산 가는 길 - 매요신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6-12-01    조회 : 5826
  

  

   魯山山行                             노산 가는 길

    梅堯臣(宋)                                     매요신(송)

        適與野情愜                                      山野의 정취가 맘에 들어 걷는 길

        千山高復低                                      길 따라 첩첩한 산 높아졌다 낮아졌다

        好峰隨處改                                      그림 같은 봉우리 발길 좇아 모습 바꿔 

        幽徑獨行迷                                      홀로 걷는 깊은 산길 길을 잃고 말았네

        霜落熊升樹                                      서리 내린 나무 위로 곰은 기어오르고

        林空鹿飮溪                                      빈 숲 시냇가엔 사슴이 물 마시네

        人家在何許                                      어디쯤에 人家는 있는 것일까?

        雲外一聲鷄                                      구름 밖에 한 줄기 닭 울음 소리



절 안에 단풍나무가 꽤 많습니다. 남들은 곱네 예쁘네 감탄들을 하건만 어린 시절부터 보았었고 다시 돌아와 십 년 가까이 해마다 보고 있으면서도 정작 저는 무덤덤하기만 했습니다. 가을이 아주 이울던 어느 날, 거의 잎을 떨군 여느 나무들 너머로 군데군데 2월의 꽃보다도 붉다는 늦단풍이 피어나는 모습과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었습니다. 참 고왔습니다. 우리 절 단풍이 이렇게 고왔나, 싶은 생각에 새삼스럽기도 하고, 아무래도 내가 너무 무심한 거 아닌가,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야 저런 풍광도 눈에 들어오는 건가 싶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무심하긴 무심한 모양입니다. 남들 다 아는 것 뒤늦게 깨닫는 것도 그렇지만, 주말이면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오르는 산꼭대기에 올라 본 것도 여러 해 전이고, 문만 열면 이리저리 뚫린 숲길을 차분히 걸어본 것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니 말입니다. 숲에 나서야 물 마시는 사슴은 두더라도 다람쥐나마 만날 텐데, 기껏해야 바라보는 게 고작이니 정녕 딱한 인생임에 분명합니다. 산에 살면서 산을 모른다 하니 한심하달 밖에 저를 두고 달리 이를 말이 없으니 언감생심 산을 즐기는 일이겠습니까? 창 열고 푸른 산과 마주 앉으라던 시인의 충고가 민망한 요즈음입니다. 

곱던 단풍들도 모두 스러진 자리에 몇 알 남은 까치밥이 대신 들어섰습니다. 하늘은 산의 능선 따라 온전히 제 모습을 드러낸 나무들 사이사이까지 가득 들어차서 한결 넓어졌습니다. 겨울 채비를 끝낸 큰 산의 자태가 의연합니다. 이제 저 산 위로 눈이 쌓이고 바람이 지나고 별과 달이 찬 빛을 뿌릴 것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