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行無題강 위에서 - 전기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6-11-01    조회 : 5459
  

      江行無題                           강 위에서

         錢起(唐)                                  전기(당)

            穩睡葉舟輕                               달콤한 졸음에 조각배 가벼웁고

            風微浪不驚                               바람은 살랑살랑 물결조차 잠들더니

            任君蘆葦岸                               갈대 핀 저 언덕

            終夜動秋聲                               밤새도록 서걱서걱 뱃전을 흔드는 가을 소리여!



獻仁陵의 太宗 神道碑를 탁본하고 있습니다. 5m가 넘는 크기라 飛階를 매고 그 위에서 작업을 합니다. 어제 비계 위에서 한창 먹방망이를 두드리다 어느 순간 碑閣의 살창 너머로 큰키나무 자잘한 잎새들을 잔잔히 흔들고 있는 시월의 햇살과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참 고운 가을빛이었습니다. 잎새가 흔들리는 만큼 가을빛도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저 투명하게 마알간 햇살 속에 낌새처럼 섞여 있는 길 떠나는 자의 자세. 아, 하는 탄성을 속으로 삼켰습니다.

그제 그리고 오늘, 가실을 끝내고 남은 호박순을 버무려넣은 탑탑한 국이 거푸 아침상에 올랐습니다. 상 위에 오른 가을. 春城無處不飛花—봄의 성 안에는 꽃잎 흩날리지 않는 곳 없다더니, 눈 돌리는 곳마다 가을빛, 가을 소리, 가을 맛 아닌 것이 없습니다. 바야흐로 깊은 가을 속을 걷고 있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