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晴山月 비 걷힌 뒤 산달이 돋아 - 문동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6-09-16    조회 : 5844
  

  

     新晴山月                   비 걷힌 뒤 산달이 돋아

       文同(宋)                                      문동(송)

          高松漏疎月                                  늙은 솔 높은 가지 성근 달빛 새어 들어

          落影如畵地                                  드리운 그림자 그대로 그림인데

          徘徊爰其下                                  그 아래 서성이며

          及久不能寐                                  잠 못 드는 밤이여

          怯風池荷卷                                  바람에 겁이 난 못의 연꽃 잎을 말고

          病雨山果墜                                  비에 병든 산과일은 무시로 떨어질 때

          誰伴予苦吟                                  뉘 있어 나와 더불어 쓸쓸함 노래할까

          滿林啼絡緯                                  온 숲에 가득한 귀뚜라미 울음소리



집 앞뒤로 작은 마당이 있습니다. 이 마당으로 휘영청 달빛이 비쳐들기도 하고, 파란 이끼가 피어나기도 합니다. 상수리나무가 잎과 열매를 하염없이 떨구기도 하며, 매화나무가 분분히 꽃잎을 흩뿌리기도 합니다. 미닫이를 열고 텅 빈 마당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맛도 괜찮고, 사박사박 쌓이는 눈은 밟기가 아까워 쓸기조차 미루기도 합니다. 손바닥만한 마당이 여러 모로 쓸모가 있습니다.

햇빛 비치면 그림자 짐은 사물의 정한 이치. 有田憂轉, 밭이 있으면 근심도 더불어 생기는 법. 그런데 이 작은 마당이 꽃 지고 난 봄부터 잎을 모두 떨구는 늦가을까지 여간 사람을 성가시게 하는 게 아닙니다. 봄을 넘기고부터는 잠깐 손을 놓아버리면 마당은 어느새 온갖 풀들이 마구 돋아 오는 손님들에게 주인의 게으름을 있는 대로 까발리기 일쑤고, 한창 때는 호미 들고 돌아서기 바쁘게 왕성히 솟구치는 풀의 생명력이 차라리 무서울 정도입니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나무들은 부지런히 잎을 지워 겨울을 준비합니다. 그럴 때, 낙엽이 한 고비를 넘을 때는 하루종일 비를 들고 서 있어도 떨어지는 나뭇잎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기껏 쓸어 모은 낙엽을 한 줄기 바람이 모조리 흩어놓을 때는 무정한 바람에 부아가 치밀기도 합니다. 손바닥만한 마당일망정 여간 바지런하지 않고서는 깔끔하고 윤기 나게 유지하는 게 그리 만만한 노릇이 아님을 저절로 알게 됩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제 때를 넘겨도 오래 전에 넘긴 마당 손질을 어제 그제 꼬박 이틀을 매달려 마무리했습니다. 앞뒤의 작은 뜰이 환해졌습니다. 늘 얹힌 것 같던 가슴이 후련해졌습니다. 시원하기 가을 하늘 같습니다. 이제 마당으로 달빛이 비쳐들어도 좋고, 산과일이 떨어진대도 상관없습니다. 귀에 가득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베개를 높이 베고 편한 잠을 청할 것도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