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 雨 밤비 - 백거이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6-08-18    조회 : 5489
  

        夜 雨                                밤비

       白居易(唐)                                백거이(당)

            早蛩啼復歇                               철 이른 귀뚜라미 울다 또 쉬고

            殘燈滅又明                               사위는 등불 가물거리다 다시 밝아지네   

            隔窓知夜雨                               창 너머엔 밤비가 오는 게지

            芭蕉先有聲                               파초가 제 먼저 소리 내어 알리네



불 끄고 누워서 새벽에 귀 기울일 때가 이따금 있습니다. 오늘은 파초 잎을 두들기며 짧은 밤비 소리 지나니 몇 마리 귀뚜라미 소리가 도드라집니다. 참 묘한 것이, 그 귀뚜라미 소리가 어느 순간 일시에 멎는가 싶더니 바로 뒤를 이어 매미 한 마리가 차츰 소리를 키워가며 맴맴 거리기 시작하자 다시는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겁니다. 마치 밀물과 썰물이 교대하듯, 밤과 아침은 그렇게 자리를 물려주고 이어받는가 봅니다.

끝물의 능소화가 아직도 꽃을 떨구고, 옥잠화는 뒤늦게 이제서야 아침 뜨락에 우윳빛 향기를 퍼뜨리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 가까이 배롱나무는 묵은 꽃을 마당에 흩뿌리고 새 꽃을 피워 올려 그늘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성급한 벽오동나무는 벌써 아랫자락에 달린 잎들로 제 발등을 덮기 시작한 지 오래이고, 저물기 바쁘게 귀뚜라미, 방울벌레가 가을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여름과 가을이 힘겨루기라도 하듯 공존하고 있는 요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