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月三日雨中遣悶十絶句 빗소리에 시름을 덜고 - 양만리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6-04-02    조회 : 5328
  

 三月三日雨中遣悶十絶句       빗소리에 시름을 덜고

            楊萬里(南宋)                          양만리(남송)

                  村落尋花特地無                      꽃 찾아 마을길 접어드니 별다른 건 없고

                  有花亦自只愁予                      있는 꽃도 그나마 시름만을 보태누나

                  不如臥聽春山雨                      누운 채 봄 산의 빗소리를 듣느니만 못 하리

                  一陣繁聲一陣疏                      세찬 소리 성근 소리 번갈아 들리리니



한 주일쯤 전에 평소 가까이 지내는 교사 부부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섬진강가 매화마을과 구례의 산수유마을을 다녀왔노라는 목소리는 다소 들떠 있었습니다. 꽃구경이 장했는데 함께 계셨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마음이 굴뚝같았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어제는 한낮에 느닺없이 동창생 녀석이 들이닥쳤습니다. 버스 두 대에 분승하여 진해로 벚꽃을 보러 가는 길이라나요, 그제부턴가 군항제가 시작되었다더라구요. 가는 길에 마침 제 사는 절을 경유하게 되어 얼굴이나 보고 가려고 들려다는 그 친구는 올 때처럼 황황히 길을 재촉해 떠났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멀리 강진에서 온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어제는 미황사, 오늘은 다산초당을 거쳐 백련사 부도밭에 도착해 있다는 목소리는 봄새 소리만치나 높고 명랑했습니다. 수화기 속에서는 일행인 듯 여러 사람의 밝은 목소리도 섞여 들렸습니다. 동백꽃이 피었더냐 물었더니, 꽃향기 맡으라고 전화했다며 ‘위로의 말’을 남기고는 봄바람처럼 목소리를 거두어 갔습니다.

‘臥遊’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워서 천지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긴다[臥遊山水]는 뜻을 지닌 이 말은, 옛 선비들이 방 안에 맘에 맞는 山水圖 한 폭 걸어 두고 추억이나 상상으로 산수의 아름다움을 간접체험하는 일이었습니다. 산수를 기행한 시와 글을 묶어 낸 책을 흔히 ‘臥遊錄’이라고 하였으니, 집에서 그런 글과 시를 감상하는 일 또한 와유였던가 봅니다.

와유가 가능하다면 ‘臥聽’인들 그리 탓할 일은 아니지 싶습니다. 올 봄에는 유난스레 바람이 많습니다. 봄바람답지 않게 거칠어 거슬리기도 합니다만, 오랜만의 봄비에 이어 파도소리처럼 한 차례 밀려오고, 또 한 차례 멀어지는 바람소리를 방 안에서 듣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