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雪 눈 내리는 밤 - 백거이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6-01-15    조회 : 5802
  

        夜 雪                          눈 내리는 밤

       白居易(唐)                               백거이(당)

            已訝衾枕冷                            어찌하여 베개 이불 유난히 찰까

            復見窓戶明                            다시 보니 창과 문이 우련히 밝았어라

            夜深知雪重                            밤 깊자 큰 눈이 무겁게도 내린 게지

            時聞折竹聲                            이따금 들려오는 대나무 꺾이는 소리



‘三餘’라는 말이 있습니다. 책 읽기에 좋은 세 때의 여가를 가리킨답니다. 밤은 하루의 나머지(夜者日之餘), 비오는 날은 갠 날의 나머지(陰雨者時之餘), 겨울은 한 해의 나머지(冬者歲之餘). 옛 사람들은 밤과 비오는 날과 겨울을 독서하기에 맞춤한 때로 여겼던가 봅니다. 어떠세요, 공감하시나요?

일 핑계로 밀쳐두었던 책들을 꺼내 읽는 맛이 괜찮습니다. 제법 두툼한 책도 있고, 여러 권이 한 질을 이루는 것도 있습니다. 한옥이라 그런지 책상에 오래 앉아 있자면 무릎이 시립니다. 그럴 때 얇은 무릎 담요를 접어 무릎 위를 덮으면 부러울 게 없습니다. 뻑뻑해진 두 눈을 가만히 감고 엄지와 새끼를 뺀 나머지 손가락으로 감은 눈을 지그시 누르며 가볍게 문지를 때의 느낌도 놓치기 싫습니다.

산은 겨울을 앓습니다. 무겁게, 무겁게 눈이 내리면 장마와 태풍에도 끄떡없던 정정한 나무들조차 외마디 비명을 메아리로 남기며 속절없이 꺾이곤 합니다. 그리고 그 상처 속에서 다시 봄은 옵니다. 雪害木 꺾이는 소리에 기울었던 귀가 다시 행간으로 돌아옵니다. 그렇게 산중의 겨울밤이 깊이 가라앉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