京師得家書 고향 편지 - 원개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5-09-19    조회 : 4452
  

      京師得家書                        고향 편지

          袁凱(明)                                  원개(명)

              江水三千里                                        저 강물은 삼천리

              家書十五行                                        집안 편진 열댓 줄

              行行無別語                                        줄마다 별 말은 없고 

              只道早還鄕                                        어서 돌아오란 그 한마디뿐



절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병이 없으면 교만을 부르나니, 그래서 옛 성인은 病苦로써 良藥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몸은 물론 마음까지 한 주일을 된통 앓고 난 뒤에야 겨우 이 말이 떠올랐습니다. 물끄러미 자신을 쳐다보다가 절집에 산 적잖은 햇수가 슬그머니 멋쩍어 졌습니다.

앓는 동안 오히려 제 가슴 속을 오간 건 어머니였습니다. 추석 전날, 어머니의 부름에 따라 소쿠리를 받아들고 뒷동산으로 솔잎을 뽑으러 오르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솔잎을 모두고 잎이 자란 방향대로 힘차게 톡, 뽑으면 끝이 하얀 솔잎들이 잎자루 사이에서 빠져나왔습니다. 이슥한 밤, 솥뚜껑을 열면 하얗게 오르던 김에서 물씬 풍기던 솔향기도 코끝에서 맴돌았습니다. 추석이 여러 날 지난 뒤 딱딱하게 굳은 송편을 후라이팬에 기름 두르고 마치 군만두처럼 노릇노릇하게 구워 주시던 모습도 되살아나며, 그 맛이 입안을 감돌기도 했습니다.

고향을 오가는 발길이 잦은 때입니다. 그 발걸음이 가볍고, 신나고, 푸짐하기를! 혹 이런저런 사정으로 고향길을 미루어 둔 분들의 어깨 위에는 쟁반 같은 보름달의 한없이 선한 달빛이 한층 환하게 퍼부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