蟬 매미 - 우세남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5-08-16    조회 : 5089
  

        蟬                                     매미

     虞世南(唐)                                  우세남(당)

        垂緌飮淸露                                 갓끈 닮은 주둥이로 맑은 이슬 마시니

        流響出疏桐                                 성근 오동 숲 너머로 흐르는 울음소리

        居高聲自遠                                 높은 곳에 살기에 소리 절로 멀리 갈 뿐

        非是藉秋風                                 그게 어찌 가을바람 덕분이랴!



말 만들기 좋아하는 옛 선비들은 매미가 五德을 갖추었다 하여 흔히 君子之道를 아는 곤충으로 여겼던가 봅니다. 이른바 그 오덕이라는 것을, 머리 모양새가 갓끈[緌]을 닮아 글을 앎<文>이 一德이요, 오로지 맑고 깨끗한 이슬만 먹고 사니 그 청빈<淸>이 二德이요, 사람이 먹는 곡식을 손대지 않으니 그 염치<廉>가 三德이요, 다른 벌레들처럼 굳이 집을 짓지 않고 나무 그늘에서 사니 그 검박함<儉>이 四德이요, 철에 맞추어 틀림없이 울어 절도를 지키니 그 신의<信>가 五德이라고 풀고 있습니다. 어떠세요? 그럴 듯한가요? 아무튼 매미라는 곤충은 지엄하기 그지없던 임금이 쓰시던 모자인 翼蟬冠에까지 오르고, 벼슬아치들의 감투 끝에도 그야말로 매미 날개 같이 아른아른 얼비치는 모양새로 붙어 있었으니 옛 사람들이 그저 심심파적으로, 장난삼아 오덕을 입에 올렸던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시속이 달라져 그런지 이렇듯 사람들의 상찬을 받던 매미의 신세가 요즈음에는 영 신통찮은 듯합니다. 지난 주 저녁 약속이 있어 잠시 상경한 적이 있습니다. 일가족과 저녁을 마치고 주차해 둔 그분들의 아파트에 도착한 시간이 9시 40분. 차에서 내려서니 말매미, 유지매미, 참매미들이 찌울찌울, 떠르르르……, 맴맴맴맴 어지럽게 울어대는 소리가 귀에 가득했습니다. 소리도 어지간했지만 한밤중에 듣는 매미 울음이 영 낯설었습니다. “거의 공해수준이예요.” 어이없어 하는 제 표정을 읽은 아이 엄마가 변명인 듯, 설명인 듯 말했습니다. 한여름의 상징으로 시원한 운치를 불러일으키던 매미가 이런 대접을 받는 지경에 이른 것이 작금의 사정인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꽃 안 피는 二月 없고 보리 안 패는 三月 없듯, 꾀꼬리가 노래하지 않는 五月은 오월이 아니듯, 매미가 울지 않는 여름이, 八月이 어찌 여름이며 팔월이겠습니까? 이상스러운 건 우리가 여름 곤충임을 당연시 하는 것과는 달리 옛사람들은 매미를 가을과 연관지어 생각했던 듯한 흔적들입니다. 이를테면 “바람을 마시고 사니 진정 마음은 비었겠네/이슬만 흡수한다니 몸 또한 조촐하구나/무슨 일로 진작 가을날의 새벽부터/슬피슬피 우는 소리 그치지 않는가(허목)”하는 시조에서 보면 매미를 정녕 가을날의 벌레로 여겼던 듯 싶습니다. 그 아니라도 음력 칠월을 ‘蟬月’이라 별칭하였으니 결론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더위가 고갯마루를 넘고 있습니다. 매미 소리 친구 삼아 남은 더위 천천히 전송하심은 어떠실지요? 혹여 도심에서 밤을 잊은 채 울어대는 매미에게 다소 성가시고 섭섭한 마음이 쌓이셨다면 이런 시조 한번 읊조리며 그 섭섭함을 눅이심은 또 어떨는지요?

  매아미 맵다 울고 쓰르라미 쓰다 우니

  산채를 맵다는가 박주를 쓰다는가

  우리는 초야에 묻혔으니 맵고 쓴 줄 몰라라 (이연신)

  細柳淸風 비 갠 후에 울지 마라 저 매암아

  꿈에나 임을 보려 겨우 든 잠 깨우느냐

  꿈 깨어 곁에 없으면 病되실까 우노라 (호석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