喜晴 맑은 날 - 범성대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5-06-17    조회 : 3888
  

        喜晴                           맑은 날

     范成大(南宋)                         범성대(남송)

         窗間梅熟落蒂                       창가에 매실 익어 꼭지 채 떨어지고

         牆下筍成出林                       담장 아래 죽순 돋아 키 숲을 넘는구나

         連雨不知春去                       잇단 비에 봄 가는 줄 몰랐더니

         一晴方覺夏深                       날 개이자 바야흐로 시절은 여름



제 몸 가누기도 힘겨울 텐데, 봄에 옮겨 심은 매화나무가 듬성듬성 매실을 맺었습니다. 어물어물 하는 사이에 누릇누릇 黃梅가 되어가기에 잠시 짬을 내어 알뜰히 따내었습니다. 실히 한 됫박은 되지 싶었습니다. 벌써 한 주일 전의 일입니다.

오른편 담장 밖은 대숲입니다. 며칠 전 그 담장 위로 빠꼼히 죽순이 얼굴을 내미는가 했더니 지금은 이미 여느 대나무와 키재기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껍질을 벗지 못한 채 위로만 자라느라 여념이 없는 까닭에 파란 줄기는 볼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가 잡아늘이기라도 하듯 쑥쑥 자라는 대나무에 눈길을 주다 보면 저절로 하늘 한번 쳐다보게 됩니다.

해마다 여름이면 많은 수는 아니라도 어김없이 반딧불이를 보게 됩니다. 어두운 밤하늘을 배경으로 여리게 깜빡이는 반딧불은 반딧불이가 우리에게 보내는 조난신호 같습니다. 어쩌면 그 반대, 조난당한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의 불빛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전 늦은 歸寺 길에 홀로 반짝이는 반딧불을 만났는데, 어제 밤에는 보일러를 살피느라 뒤란을 돌다가 또다시 반딧불이와 마주쳤습니다. 당분간은 반딧불이를 좀더 자주 볼 듯합니다.

매실이 익을 무렵 오는 비를 梅雨라고 한답니다. 그런 시절을 黃梅節이라 하구요. 근사한 단어 아닌가요? 그러면 요즈음 이따금씩 오락가락하는 비가 바로 그 梅雨인 셈인가 봅니다. 하여, 계절은 바야흐로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