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棠花 해당화 - 유희경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5-06-01    조회 : 3848
  

        海棠花                           해당화

          劉希慶                                  유희경

         山含雨氣水含烟                     산빛은 비 머금고 물가엔 안개인데

         靑草湖邊白鳥眠                     푸른 풀 호숫가에 흰 물새 졸고 있네

         路入海棠花下轉                     海棠花 꽃그늘로 길 굽어드니

         滿地香雪落揮鞭                     땅바닥 가득 향그런 눈꽃 채찍 아래 지누나



유희경은 천한 종이었다. 본디 성품이 담박하고 온아하였으며, 어려서부터 詩와 禮를 배웠다. 임진란 뒤 생계를 꾸릴 수 없어 衛將所의 서기가 되었는데 中殿을 扈衛하여 遂安(황해도 동북부에 위치한 군. 정유재란 때 왕비가 이곳으로 피난하였음)엘 가게 되었다. 때마침 눈이 개어 산천의 아름다움이 배나 더하였다. 호위하던 여러 신하들이 유희경에게 시를 짓도록 하니 그는 이렇게 읊었다. <遼陽(수안의 옛 이름) 옛 고을로 扈衛하여 가노라니 扈衛遼陽(遂安古號)古郡城/바람이 옥가루 날려 숲과 들에 흩뿌리네 風飄玉屑洒林坰/아이들아 나뭇길 묻힌다고 짜증내지 말아라 村童莫厭埋樵逕/하늘이 마마님 위해 옥세계를 빚었느니 天爲行宮作玉京>

또 일찍이 龍門山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함께 놀이 가던 선비들이 말 위에서 유희경에게 시를 짓도록 했다. 그 시는 이러했다. <山含雨氣水含烟/靑草湖邊白鳥眠/路入海棠花下轉/滿地香雪落揮鞭>

유희경은 상복을 잘 지었다. 그래서 아는 이나 모르는 이를 막론하고 상을 당하면 그를 시켜 상복을 만들도록 했으나, 희경은 천한 신분이라 거절하지 못하였다. 나이 칠십에 상갓집의 일꾼이 되어 주린 얼굴을 한 채 곡하는 사이로 바삐 뛰어다니니 識者들이 애달파 했다. 

                                     ―유몽인(柳夢仁)의 『어우야담於于野談』중에서―

해당화가 피었습니다. 초봄에 마당 한가운데까지 마구 번진 가지와 뿌리를 자르고 캐내어 한 그루만 남겼더니 가지가 휘도록 많은 꽃이 무겁게 피었습니다. 살짝 손을 대기만 해도 화르르 꽃잎이 떨어져 내립니다. 문득 봄에도 꽃이 이울고 여름에도 잎이 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