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도 몽골에서 암각화를 탁본합니다.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7-07-03    조회 : 3570

올해에도 직지성보박물관에서는 몽골로 탁본을 떠났습니다.

<몽골 암각화, 사슴돌, 비문 탁본 사업>은 지난해부터 우리 박물관이 국립 경주 문화재연구소와 함께 벌였던 일입니다. 지난해에는 주로 몽골의 중북부 지역인 아르항가이와 홉스골 아이막의 사슴돌을 탁본해 왔는데, 올해는 남부인 우브르항가이 아이막의 암각화를 탁본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6월 23일 출발하여 7월 20일까지 28일 간의 여정입니다. 일행은 흥선스님과 경주 문화재연구소의 두 분을 비롯하여 한국인 일곱 사람과 이들을 도와 줄 몽골인 일곱 사람으로 몽골 남부의 지역 두 곳에 머물며 암각화를 탁본을 하게 됩니다.
  

아시아에서 북서부에 위치한 몽골은 우리에게는 ‘칭기스칸’으로 기억되는 나라입니다. 13세기에 세계를 제패했던 칭기스칸의 제국은 고려 말에 ‘원나라’라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그때의 풍속이 아직도 전해 오는 것도 많습니다. 17세기 후반 청의 간섭을 받은 역사가 있지만, 칭기스칸의 제국으로서 자부심이 깊습니다. 지난해는 제국 건국 800주년 행사가 성대하게 치러지기도 했죠.
156만 4,000㎢를 넘는 국토를 지니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강수량이 적어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나라입니다. 인구 250만 가운데 150만 가까이가 수도인 울란바타르에 모여 살고, 100만 명은 그 너른 땅 여기저기에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물론 그 가운데에는 우리나라에 와서 땀 흘려 노동하는 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몽골 종족이 여럿이라고는 해도 우리와 매우 흡사해서, 한국 말에 능숙한 사람이라면 정말 분간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몽골이 세계적으로 암각화의 본고장이며 선사 시대 자료가 풍부한 곳입니다. 해마다 여름이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프랑스, 독일, 터키,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몽골의 문화재를 조사하는 학자들이 모여듭니다. 그들은 기원 전후의 흉노 무덤을 발굴하거나, 그보다 오랜 청동기 시대의 암각화를 조사하고는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에 몽골과 수교한 이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흉노 무덤 등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왔으며, 지난해부터 직지성보박물관과 경주 문화재연구소에서 사슴돌과 암각화, 비문을 탁본해 왔습니다.

'몽골에서 암각화가 분포한 지역은 몽골의 북서부에서 남동쪽으로 길게 사선으로 누운 알타이 산맥과 관련이 깊습니다. 올해에 탁본하기로 한 곳은 우브르항가이 아이막(몽골의 행정 단위로 우리나라의 ‘도'에 해당합니다) 고친 오스 솜(’군‘에 해당)의 팔로 유적과, 같은 우브르항가이 아이막 보그드 솜의 테브쉬 산 유적입니다.
  

이 곳은 수도인 울란바타르에서 600km 정도 남쪽으로 내려간 곳으로, 자동차로 이틀 정도 걸립니다. 아이막이나 솜에는 머물 숙소를 빌릴 수 있지만, 조금만 시골로 들어가면 따로 빌릴 수 있는 숙소가 없기 때문에 탁본팀 일행은 유적지 인근에 텐트를 치고 야영하면서 지내야 합니다. 먹을 것을 살 수 없는 것은 물론이지요. 그래서 울란바타르에서 20일 동안 먹을 쌀과 밀가루, 감자 등 채소와 식수까지 다 사 싣고, 식사를 담당해 줄 조리사도 함께 떠나야 합니다.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이 많지만, 몽골에서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은 물을 구하기 어려운 점입니다. 탁본 조사를 위해서 지난 5월에 이 지역을 앞서 조사할 때에도, 아침 나절에 물컵 하나 정도의 물로 겨우 세수를 하는 이외에는 1주일 가량을 거의 씻을 수가 없었습니다. 유적지에서 머물며 탁본을 하자면, 날마다 인근 솜에 가서 물을 사와야 합니다. 열네 명이 씻고, 밥해 먹고, 그리고 탁본에 쓰는 데에 들어가는 물의 양은, 아무리 아껴 써도 부족합니다. 장마 때문에 물이 지겨워지는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렵지요. 특히 그곳 우브르항가이 남쪽은 조금만 내려가면 고비사막에 이르는 곳으로, 계절 상으로는 이즈음이 우기에 해당하지만, 거의 비를 만나기 어려운 곳입니다.(몽골 말로 ‘고비’는 곧 ‘사막’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역이 그렇다 보니 당연히 나무라는 것도 보기 어렵고, 나무그늘은 더더욱 없지요. 
  

북쪽 지역이어서 해가 깁니다. 새벽 5시가 되기도 전에 해가 뜨고 아침 9시만 되어도 쨍쨍합니다. 12시가 되면 뜨거워지고 이 이글이글함은 4-5시나 되어야 조금 가라앉기 때문에 한낮에는 작업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는 밤 10시쯤 되어서야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합니다. 낮의 더위에 비해서 밤에는 꽤 춥습니다. 몽골 전체가 해발 1600m 정도 되는 고원지역이고, 풀과 나무가 자라지 않아 땅이 온도를 머금고 있지 못한 듯합니다. 야영을 하자면 여름이라고는 해도 두툼한 오리털 침낭이 아니면 오들오들 떨며 지내게 됩니다.
탁본을 하게 되는 암각화는 주로 청동기 시대에 새겨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몽골에서 자생하는 양, 산양, 염소, 낙타, 말 등 동물들과, 말을 타고 있는 사람, 사냥하는 사람 등의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 암각된 동물 하나의 크기는 10〜15cm 안팎으로 크지 않을뿐더러, 새겨진 깊이가 매우 얕아 탁본하기에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한 지역에는 적어도 100〜200개 이상의 암각화가 있지만, 탁본할 수 있을 만큼의 깊이가 있는지는 실제로 해보아야 알 수 있습니다.
흥선스님 일행은 오늘도 몽골에서 탁본에 여념이 없을 것입니다. 땀흘려 해온 귀중한 탁본은 내년에 전시로 선보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