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으로 떠난 사람들-몽골 사슴돌 탁본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6-07-02    조회 : 4371

직지성보박물관에서는 올해 여름 몽골에서 암각화-사슴돌-비문 탁본 사업을 합니다. 이 일을 위해 관장 흥선스님을 비롯한 박물관 식구들은 지난 6월 22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도착하여 여정을 풀었습니다. 7월 25일까지 몽골에 머물면서 수도인 울란바토르를 비롯하여 볼강 아이막, 홉스골 아이막, 아르항가이 아이막의 주요 유적지를 돌며 몽골 암각의 정수를 탁본해서 돌아올 예정입니다. 이 탁본사업은 한국 국립 문화재연구소, 몽골 국립 과학아카데미 고고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번 몽골 암각화-사슴돌-비문 탁본 사업은 지난 해 11월부터 추진해 온 일입니다. 11월에 국내의 몽골 관련 학자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몽골 과학아카데미 고고학연구소에 암각화를 탁본하고 싶다는 편지를 보냈으며 이후 몇 차례 연락이 오고간 끝에 지난 4월 구체적인 협의를 위해 학예실장인 제가 국립 경주문화재연구소의 윤형원 학예연구실장과 함께 몽골을 방문했습니다. 고고학연구소의 소장과 부소장, 실무 연구자들을 만나 구체적인 일정과 탁본 코스 등을 협의하고, 울란바타르 근교의 암각화 유적지도 방문하여 기초 조사를 했습니다. 이후 조사계획을 더 구체적으로 짜고 종이와 먹 등 준비물을 하나하나 마련하여 마침내 실행에 옮기게 된 것입니다.

중국의 북서쪽에 위치한 몽골은 나라 곳곳에 암각화가 산재해 있어, 전세계적으로 바위그림의 보물창고라 할 만합니다. 바위그림에는 바위를 파내어 그림을 새긴 것도 있고, 바위 면에 채색하여 그림을 그린 채색화도 있습니다. 이 그림들은 몇 만 년 전인 구석기 시대부터 시작하여 4-5000년 전인 청동기 시대를 거쳐 초기철기 시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그리고 새겨짐이 쌓여 온 것입니다. 암각화는 몽골에 많은 산양이나 사슴, 말 등 여러 가지 동물이 새겨져 있는가 하면 서 있는 사람, 남-녀가 함께 있는 모습, 바퀴가 달린 수레를 타고 가는 사람 등 다양한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 때로는 요즈음에도 새로운 암각화가 어느덧 늘어 있다고도 하니, 그 세월의 연륜은 자못 깊다고 하겠습니다.
  
  
  







                                                                                              






 


또 암각화 외에 사슴돌도 많이 있습니다. 어른 키만 한 크기의 기둥 모양 돌에 뿔이 솟은 사슴을 한 면 또는 네 면에 걸쳐 새겨 놓은 돌들이 매우 많은데, 이 사슴돌은 몽골어로는 “보긍쇼”라고 합니다. 사슴돌은 오래된 무덤 주위에 있는 것도 있지만, 연유를 알 수 없이 초원에 세워진 것도 많아 우리나라 장승처럼 이정표나 경계석 역할을 한 것이 아닌가 하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역사적인 중요한 인물을 기리거나 역사적 사실을 기록으로 남긴 비석도 많이 있습니다. 8세기에서 11세기에 걸친 돌궐(터키)족의 지배를 이겨내고 대제국을 건설한 칭기스칸의 기억을 지니고 있는 몽골 역사의 한 부분을 담고 있는 비석들입니다. 이번 탁본조사에서는 몽골 고고학연구소에서 보관하고 있는 11세기 때의 비석인 <타리야트 비문>과 <테스 비문>을 6월 24-25일 이틀에 걸쳐서 탁본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퀼테킨 비문, 빌게 한 비문 등과 몽골 국립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여러 비문도 조사할 예정입니다. 이 비문들은 협의를 거쳐 내년에 탁본할 예정으로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암각화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경상남도 울산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입니다. 태화강변에 자리하고 있는 이 암각화는 청동기 시대에서 초기철기 시대에 새겨진 것으로 여겨지는데, 고래, 거북 등 바다동물과, 개, 고양이, 표범 등 육지동물, 여러 가지 자세를 하고 있는 인물 상과 배, 목책 등 다양한 형상이 새겨져 있어 우리나라 선사시대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주는 유적입니다. 몽골의 암각화 조사는 우리나라 암각화와 몽골 암각화를 비교해 보면서 문화의 변동과 흐름, 연관과 차이를 알아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직지성보박물관에서는 올해의 몽골 중북부 지역 암각화-사슴돌 탁본에 이어, 내년에는 서부 지역의 암각화를 집중적으로 탁본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몽골은 겨울이 매우 길고, 탁본을 할 수 있는 여건은 6월에서 9월 중순까지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주로 여름철에 탁본작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대상물인 암각화나 사슴돌이 있는 초원 지역에서는 따로 마땅한 숙소가 없어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면서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이동하는 동안은 쉬고, 한낮의 따가운 햇볕을 피해가면서 한다고 해도, 초원을 떠돌며 한달 여에 걸쳐 해야 하는 탁본은 매우 힘겨운 작업임에 틀림없습니다.
 
  

저는 6월 22일 일행과 함께 수도인 울란바토르에 가서, 스님일행이 한 달 간 초원에서 생활하시는 데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이런저런 물품을 사서 꾸렸습니다. 일행은 흥선스님과 학예사 최미순씨, 탁본전문가이자 직지성보박물관 연구원인 진한용 선생님과 김준일씨, 그리고 사진가 김성철씨입니다. 몽골쪽에서는 고고학 연구소의 중견 연구원인 바트볼트씨가 일행을 안내하고, 여러 힘든 일을 도와줄 연구원과 학생, 일행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조리사, 차량을 운전하는 운전기사 세 사람, 그리고 한국인과 몽골인의 의사소통을 도와줄 통역 노름염 씨 해서 모두 열 세 명입니다. 6월 26일 월요일 아침, 차 세 대에 가득 짐을 나누어 실은 조사단 일행은 몽골 초원의 사슴돌과 암각화를 찾아 표표히 떠나갔습니다.
  

오늘도 초원 어디에선가 탁본에 열중하고 계실 흥선스님과 일행이 탁본조사 사업의 마지막날까지 모두 건강히 지내다 돌아오시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목수현(직지성보박물관 학예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