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사조사를 마치며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6-04-27    조회 : 3497
직지성보박물관에서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의뢰를 받아 지난 여러 해 동안 조계종 제8교구 말사들의 문화재를 조사해 왔다. 조사를 진행하는 중에도 말사가 새로 등록되거나 말소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대략 60여 곳의 말사를 하나하나 직접 방문하여 조사를 해온 것이다. 모든 유물들의 현황을 파악하여 크기‧재료‧연대 등을 기록하였으며, 각각 슬라이드 필름이나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하여 자료로 남겼다. 또한 유물에 대한 기본 정보를 기록한 성보대장을 CD롬에 저장하여 나중에도 손쉽게 보고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직지사 말사 중에는 용문사나 김룡사, 대승사, 봉암사, 도리사 등 역사가 오랜 사찰이 많다. 또 이 절들이 보유하고 있는 문화재들도 멀리는 삼국시대나 통일신라시대, 가까이는 근‧현대 문화재까지 매우 다양해서 조사에는 많은 시일과 검증이 필요했다. 미진하고 부족한 부분이 없지는 않겠지만 이 자료들이 총무원에서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사찰문화재 조사사업에 기초 자료로 쓰인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보람도 있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모자란 부분에 대한 책임감도 느낀다.

말사 문화재 조사 사업은 수많은 말사의 건축물부터 석탑, 부도 등과 같은 야외 석조물, 참배 대상인 불상과 불화, 장엄구, 의식구, 전적 등 갖가지 성보문화재를 폭 넓게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조계종 각 교구 성보박물관들은 특성상 자체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는 유물만을 연구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이렇듯 해당 교구 말사의 문화재까지 두루 연구‧조사 범위를 넓혀야 한다. 여러 조건이 열악한 말사에서는 가치가 큰 유물이 있어도 그 보존이나 관리에 역량을 쏟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전문적인 기능은 본사의 박물관에서 담당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여겨진다. 더욱이 사찰 문화재는 우리나라 문화재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 가치가 상당한 보물들이 많기 때문에 이를 보존하여 후세에 물려주기 위한 노력은 매우 절실하고 또 시급한 일이다.

직지사의 여러 말사에 보관된 유물 중에는 하루빨리 조치를 강구해야 온전하게 보존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현재 국가가 지정한 문화재, 즉 국보나 보물, 유형문화재 등은 그나마 정부가 관리 예산을 지원하고 있으므로 유물의 보존이나 보수에 필요한 일들을 얼마간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정되지 않은 문화재는 관리 비용을 마련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화재를 보수하거나 보존처리하는 일에는 많은 전문 인력과 기간이 필요하므로 그만큼 많은 돈이 든다. 말사는커녕 본사에서도 어쩌지 못하는 수준의 비용이 드는 일이다. 따라서 지정문화재가 아닌 다음에야 정부의 보조금 같은 것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보존처리 같은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 양주 회암사지에서 발굴된 매장문화재 소유권이 국가가 아닌 회암사에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났다. 이로 인해 사찰 매장문화재가 해당 사찰의 소유가 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반가워해야 할 일만은 아니다. 이는 한편으로는 사찰의 모든 문화재에 대한 관리 책임이 앞으로는 스스로에게 부여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과연 우리나라의 모든 절집이 크기도, 재질도 다르고, 그에 따라 보관 방법도 각기 다른 다양한 형태의 성보문화재들을 제대로 관리하고 연구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반문한다면 그 대답은 시원스럽지가 못할 것이다. 다만 교구 본사의 박물관을 활용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일반인과 불자들에게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면 오히려 정부 기관의 깊은 수장고에 들어가서 수많은 여타 유물들에 묻혀 빛을 보기도 힘든 상태로 만드는 것보다는 낫다고 여겨진다. 물론 이 경우 유물을 보관할 사찰박물관의 시설과 관리 인력이 제대로 갖추어진 상태여야 한다.

  
이번 사업은 말사의 성보문화재에만 한정하여 조사하는 일이었기에 주로 절집에만 치중한 조사를 했던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겠다. 말사가 아닌 곳에도 분명히 연구할 유물들이 있을 것이고, 오히려 이런 곳에서 새로운 자료가 나오기 마련이다. 또 조사 형식도 겉으로 드러난 것만을 조사한 지표조사에 머물렀기 때문에 매장문화재에 대한 파악은 전혀 이루어지지 못한 점도 한계이다. 그 이상, 예를 들면 발굴조사 수준의 조사는 아직은 우리 박물관이 감당하기 어려우며, 좀더 역량을 키워 도전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비문이나 석조물, 범종 등에 새겨진 무늬에 대한 탁본조사는 우리 박물관만이 가진 경험과 노하우가 많기 때문에 이 부분은 앞으로도 더욱 특화시켜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말사조사를 통해 그 어떤 것보다도 값진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평소에는 보기 힘든 경전이나 문서, 불복장물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한재원(직지성보박물관 학예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