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상오리 칠층석탑
글쓴이 : 관리자     첨부파일 :       날짜 : 03-12-21    조회 : 3180
  
속리산으로 가다 화북면 상오리에 이르면 그다지 넓지 않은 길 양쪽으로, 키는 크지 않으면서도 그늘이 넓은 소나무숲이 있다. 여기에서 서쪽으로 상오초등학교를 끼고 꺾어져 장각동으로 가는 길가 한쪽에 정자가 한 채 있다. 이름이 ‘금란정’인 이 정자는 매우 아담하고 조촐하다. 금란정이 이곳에 세워진 것은 바로 옆에 시원하게 물살이 떨어지는 장각폭포가 있어 여름이면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끌기 때문이다. 이 장각폭포는 속리산 천황봉에서 발원하여 그 긴 여정을 타고 마침내 낙동강에 합류하는 물줄기의 머리부분이다. 6m 남짓의 폭포로 장대하지는 않지만 ‘처음’이라는 신선함이 있다.
폭포에서 물맞이를 시원하게 하고서 다시 길을 따라 동네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 장각동 초입에 이르면 오르쪽으로 비교적 높은 둔덕이 있다. 그 둔덕 밭 위에 키가 큰 칠층석탑 한 기가 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터에 자리잡았던 아늑한 옛절의 모습은 간데없고 풀포기가 틈을 비집고 자란는 돌탑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견훤산성이 있는 시어동 계곡이 문장대로 오르는 길이라면, 이 상오리 칠층석탑이 있는 곳은 천황봉으로 오르는 장각동 계곡으로 이어지는 길목이다.
  

얕은 토단 위에 2층 기단을 쌓고 다시 7층을 올렸는데 그다지 넓지 않은 상층기단 위에 1층 몸돌이 불쑥 솟고, 지붕돌도 그 자락을 넓게 펼치지 않아서인지 키가 쑥쑥커서 다 자란 남학생을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1층 지붕돌에서부터 줄어드는 비율이 일정해서 좀 불안한 듯하기는 해도 균형을 잃지는 않고 있다. 기단부의 불안함을 미루고 생각해보면 전체적인 인상은 충주의 탑평리 칠층석탑(중앙탑)과 닮아보여 신라 하대에 세워졌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 고려시대에 파격적이고 지방적인 탑이 많이 세워졌기 때문에 고려시대의 것으로 보는 이도 있다.
  

1층 몸돌 동쪽면에 문고리를 잠근 모양이 유일한 장식으로 단정한 맛을 살리고 있는 상오리 칠층석탑은 보물 제683호이다. 전체 높이 9.21m의 이 탑이 있는 자리는 비교적 옹색해보인다. 일제강점기에 도굴되었다고 하는데, 무너져 방치되었던 것을 1977년에 다시 쌓아올렸다. 탑 주변에는 주춧돌과 기왓조각, 석등 파편들이 있고 탑 뒤쪽 고추밭에서도 주춧돌들이 발견되어 제법 규모가 큰 절이 있었음을 짐작할 따름이다.

목수현(직지성보박물관 학예실장)


사진1) 금란정과 장각폭포
사진2) 상주 상오리 칠층석탑
사진3) 칠층석탑의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