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봉암사(4)-지증대사, 정진대사의 부도와 부도비
글쓴이 : 관리자     첨부파일 :       날짜 : 03-10-21    조회 : 2704
대웅보전에서 서북쪽 뒤에 자리잡은 전각 안에는 봉암사의 창건주인 지증대사(智證大師, 824-883)의 부도와 부도비가 있다.
지증대사는, 비문에 따르면 “키가 8자 남짓했고 얼굴이 1자쯤이었으며 말소리가 웅장하고 맑았으니 위엄이 있으면서도 사납지 않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9세에 출가하여 부석사에 입산하였다. 열일곱에 계를 받고 수행하던 중 꿈속에서 보현보살을 친견하기도 했다. 경주의 세속화되어가는 불교를 멀리했던 듯, 경문왕의 부름에도 나아가지 않고 수행에 힘쓰다가 879년 이곳에 봉암사를 창건하였다. 창건 3년 뒤인 882년 12월(음력)에 가부좌한 채 입적하였다고 전한다.
  

지증대사 부도인 적조탑(寂照塔)은 지증대사가 입적한 바로 뒤인 883년에 세운 것으로 연대도 분명하고 부도의 주인공도 확실하면서 규모가 크고 조각이 유려하며 아름답다. 지대석 위에 자리잡은 8각 하대석에는 면마다 사자를 새겼는데, 조각이 두툼하고 자세도 모두 달라서 마치 사자가 꿈틀거리는 듯하다. 중대석 괴임에는 뭉게뭉게 피어나는 구름을 새겼으니 이곳에서부터 천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얼굴은 사람이고 몸은 새형상인 가릉빈가는 나는 위로 중대석에는 사리기, 합장하고 무릎 꿇은 공양상, 주악상 등이새겨져 있다. 피어나는 연꽃 모양인 8각 상대석 위로 난간을 두르고 몸돌을 얹었다. 몸돌에는 앞뒷면 문에 자물쇠를 채운 모양을 새기고 그 좌우에 사천왕을 새겨 사리를 지킨다는 상징을 나타냈으며 남은 양쪽 두 면에는 보살상을 모셨다. 지붕돌은 전체 비례에 견주어 다소 넓어서 무거워 보인다. 상륜부에 노반,복발,보주까지 남아 있어 비교적 원형 그대로 간직된 모습이다.
그 옆에 있는 비석은 지증대사의 행적을 적은 적조탑비이다. 그 새겨진 글은 신라 하대의 명문장가 고운 최치원이 지은 유명한 ‘사산비명’의 하나이다. 사산비 가운데 가장 늦은 893년 무렵에 글을 지었고 글씨는 분황사의 노승 혜강이 썼는데 비가 세워진 것은 924년의 일이다. 지증대사의 행적을 알려줌은 물론, 신라 선종사에도 중요한 사료로 여겨지는 비이다. 높이 273cm의 비신은 깨어진 흔적이 있지만 글자는 알아볼 수 있으며, 고개를 꼿꼿하게 처든 당당한 거북받침과 이무기가 꿈틀대는 비머리를 다 잘 갖추고 있다. 지증대사 부도는 보물 제137호, 부도비는 보물 제138호로 지정되어 있다.

봉암사의 중창주 정진대사(靜眞大師)의 부도와 부도비는 절 영역에서 좀 떨어진 동쪽 산기슭에 있다.
정진대사는 공주사람으로 속성은 왕씨인데 878년에 태어나 19세에 공주 남혈원에서 출가하였다. 계룡산․오대산․청량산 등지를 다시며 법을 닦다가 900년에 당나라에 들어가 25년 동안 유학하였다. 924년에 귀국하여 봉암사에 주석하였으나 경애왕의 부름을 받고 경주에 있다가 953년에야 다시 돌아왔다. 956년에 입적하였다.
  

정진대사가 입적한 956년 부도비가 세워진 965년 사이에 세워진 것으로 여겨지는 이 부도는 탑호가원오탑(圓悟塔)이다. 한눈에도 지증대사 부도와 닮았음을 알 수 있으니, 경내에 있는 훌륭한 보기를 본떠 이전 시대의 전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봉암사를 중창하여 사세가 한참 확장될 때였는지 몰라도 규모는 더 커져서 5m에 이르는데, 조각은 깊이가 더 얕아지고 형식적인 면모도 보인다.
부도비는 비신 높이 270cm로 지증대사 부도와 크기나 모습에서 크게 다르지 않으나 너무 커져버린 부도에 비해서는 다소 왜소해 보인다.
비신에는 정진대사의 행적이 단정한 해서체로 새겨져 있다. 표정이 좀 굳어진 거북받침과 섬세한 용조각을 한 비머리까지 온전하게 다 갖추고 있다. 정진대사 부도는 보물 제171호, 부도비는 제172호로 지정되었다.
정진대사 부도를 찾아 올라가는 길에 또 다른 부도 한기를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승려 설봉선사의 것으로 여겨지는 석종형 부도이다. 그리고 부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부도비의 글씨는 조선시대 명필 가운데 한사람인 백하 윤순이 쓴 것이다. 그밖에도 봉암사 동쪽 산기슭에는 조선 초기의 고승인 환적당의 지경지탑(幻寂堂 智鏡之塔)과 함허당의 득통지탑(涵虛堂 得通之塔)도 있어 각각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133호와 제134호로 지정되어 있다.

도1)지증대사부도
도2)정진대사 부도와 부도비



목수현(직지성보박물관 학예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