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암사 수도암
글쓴이 : 관리자     첨부파일 :       날짜 : 02-09-07    조회 : 2653
  
청암사의 산내암자에 수도암이 있다. 수도암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청암사에서 간다면 산길을 허위허위 올라도 1시간 반은 걸린다. 아니면 청암사를 나와 장뜰마을을 거쳐 20리 길을 에돌아야 한다. 그래도 이 길은 택할 만하다. 한강의 무흘구곡 가운데 끝의 두 가지, 와룡암과 용추가 이 골짜기에 있으니, 골을 따라 오를라치면 눈요기, 다리쉼에 부족함이 없을 테니 말이다.
천리 먼 곳을 보고 싶으면 한 층 누각을 더 오르라했던가. 이 길을 택한 사람이든 저 길로 오른 사람이든 청암사에 온 사람은 천리는 아니라도 백리 밖의 장관은 볼 수가 있다. 법당으로 향하는 긴 계단을 올라 대적광전 앞뜰에 서면 중첩한 산 너머에서 막 벙그는 연꽃 한 송이가 신비롭다. 해인사가 그 아랫자락에 터 잡은 가야산의 상봉이 그렇게 보인다. 이 연꽃은 철마다 빛깔을 바꿔가며 피어오른다고 한다. 눈 내리는 겨울에는 백련, 단풍드는 가을에는 홍련, 녹음지는 여름에는 청련, 그리고 꽃피는 봄에 황련. 어떻게 이 깊은 산 속에서 저런 모습을 볼 수 있는 걸까? 감탄 섞인 눈으로 바라보다가도 문득 이런 의문이 인다.
수도암은 청암사와 마찬가지로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도선국사가 누군가? 선무당이라도 툭 하면 그 이름을 끌어오는 우리나라 풍수의 원조가 아니던가. 그 도선국사가 이곳에 절터를 잡고 너무 좋아 사흘 밤낮을 춤췄다니 저렇듯 가야산 봉우리가 신비하게 드러나는 것도 그리 놀랄 일이 아닐지도 모를 노릇이다.
  
풍수가에서는 수도암터를 옥녀직금형(玉女織錦形), 즉 옥녀가 비단을 짜는 형국이라 한단다. 이 때 멀리 보이는 가야산 상봉은 실을 거는 끌게돌이 되고, 뜰 앞의 동서 양탑은 베틀의 두 기둥이 되며, 대적광전 불상이 놓인 자리는 옥녀가 앉아서 베를 짜는 자리가 된다는 얘기다.
이런 그럴듯한 얘기가 아니라도 수도암은 수행자가 몰려드는 좋은 절터다.
"절이 가장 높은 봉우리에 있으면서도 평평하고 넓게 트였으며… 가야산을 정면으로 마주보면서 산세는 둥글게 감싸여 있으니 참으로 도를 닦는 곳이라 하겠다. 봉우리의 흰구름은 끊임없이 모였다 흩어지니 앞문을 열어두고 종일토록 바라보아도 그 의미가 무궁하여 참으로 절경이다.” 300년전 우담 선생은 이렇게 평했다.
필요 이상 터를 넓힌 것이 눈에 거슬리긴 해도 조용한 곳을 찾아 부지런히 정진하는 이라면 이곳을 찾게 마련이다. 경북 제일의 수도처로 꼽힌다. 대적광전 옆의 큰 건물이 여기 모인 스님들이 좌선하고 생활하는 수도선원이다.

흥선(직지성보박물관 관장)